즐겨찾기 문화일보 PDF
     
이전목록다음
[포럼] 게임 ‘결제한도 규제’ 뜯어 고쳐라
입력일: 2016-06-03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동안 국내의 각종 규제 및 여러 가지 내·외부 환경변화로 인해 위기를 맞았던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이 모바일 환경의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접어들면서 다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핵심산업인 게임산업은 지금까지 청소년 보호, 게임중독 내지 과몰입 방지, 과소비 방지, 사행성 방지 등을 이유로 다른 산업에서는 볼 수 없는 불합리하고도 강력한 규제들을 많이 받아 왔다. 따라서 모바일 환경의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서는 게임산업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기존의 유선인터넷 시대 때의 온라인게임에 대해서 적용되어 왔던 각종 게임 규제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결제한도 규제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현재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개인별 월(月) 아이템 구매한도가 적용되고 있다. 이 규제는 개인별로 적용되고, 성인은 월 구매한도액이 50만원, 청소년은 월 구매한도액이 7만원이다. 문제는 게임 결제한도 규제에 관해서는 명시적인 법률 규정이나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해당 결제한도를 등급분류 신청서에 기재하지 않거나, 한도를 초과하여 등급분류를 신청하는 경우,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등급분류 결정 자체를 보류시킴으로써 실질적인 등급분류 기준으로 이용하고 있다.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결제한도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에 반한다.

결제한도 규제의 목적은 '게임 과소비의 억제'에 있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문제는 이러한 목적 자체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일정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과소비의 억제는 개인의 자율성에 맡기거나 교육 또는 캠페인을 통해서 추구해야지, 국가기관에 의한 강제적인 규제에 의해서 추구해야 할 것은 아니다.

고가의 명품이나 혹은 술·담배제품과 같이 유해성이 입증된 상품에 대해서도 과소비 억제를 위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소비의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율성에 맡겨져 있는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구매한도 규제를 적용하는 산업의 대표적인 예는 복권 등 사행산업이고, 구매한도 규제와 유사한 가격(요금) 규제를 적용하는 산업이나 제품으로는 담배제품, 석유제품, 방송광고시간 판매, 통신산업 등이 있다.

도박과 관련된 사행산업, 전매제도에서 출발하고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담배제품,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산업(석유산업, 방송산업, 통신산업)에 주로 구매한도 규제 내지 가격(요금) 규제가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임산업은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진흥'의 대상인 반면에, 사행산업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규제'의 대상이다. 게임산업과 사행산업의 개념본질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의제'된 사행성 이슈나 합리적이지 못한 과소비 이슈로 인해, 진흥의 대상인 게임산업을 사행산업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게임은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담배제품이나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상품이나 서비스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문화산업 영역에서 게임콘텐츠를 제외하고는 영화, 비디오, 음악, 문학, 예술공연 등에는 구매한도 규제 내지 가격(요금)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문화영역이야 말로 국가의 개입이 가능한 억제되어야 할 사회의 자율영역에 해당하고, 이러한 취지는 현행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에 내포되어 있다.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문화정책에 있어서의 국가의 불편부당성'이다. 영화, 비디오, 음악 등의 문화콘텐츠산업에 적용되지 않는 결제한도 규제를 게임산업에만 유독 적용하는 것은 게임에 대한 편견을 전제하는 것으로서 국가의 불편부당성에 반하는 정책이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환경의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서는 미디어만 스마트해야 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규제도 좀 '스마트'해 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스마트한 정부규제가 오히려 게임산업의 스마트한 발전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